2012년 04월 16일
할아버지가 쓰는 손주 일기--85
할아버지가 쓰는 손주 일기--85.

2012. 4.14(토)
상우가 대구에 왔다. '대덕쑥찜방'에 왔다.
경보 삼촌-- 아범 친구- 결혼식에 엄마 아빠와 같이 갔다가 온 것이다.
옛날처럼 잘 차려 입지는 않고 그냥 청바지 차림에 체크 무늬 긴 남방을 하나 걸친 패션이다.
상우가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이 할아버지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가난뱅이 할아버지다 보니 여하히 예산에 맞춰 상우 기분을 맞추나 그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우의 성숙도가 이 할아버지의 기우를 멀찌감치 날려버렸으니 그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할아버지의 호주머니는 거의 텅비어 있음을 벌써 알고 있고, 할머니의 지갑은 좀 넉넉하다는 것도 알고..
오히려 상할머니의 쌈지에서 예상밖의 선물이 출현할 수 있음도...아는 듯 하다.
여기 쑥찜방에서 밖을 내다 보면 성당 마당의 동향이 한 눈에 다 들어 온다.
마침 성당 마당에 어린이들이 많이 와서 놀고 있었다.
상우를 데리고 성당 마당으로 나갔다.
큰 형들은 축구를 하고 있었고... 조금 덜 큰 형들은 뭘하나 보고 있자니, 개미를 잡아서 컵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컵안에는 물이 가득 들어 있는데, 개미들이 죽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개미를 놓아주라고 내가 말했다. 그렇지만 이미 개미잡이에
재미를 들인 아이들이 내 말은 들은 척 만척이다. 어떤 애는 아예 개미를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아예 컵에다 뜨거운 물을 채워가지고 와서는 개미를 꾹꾹 손으로 잡아 거기에 집어 넣은 것이 아닌가.. 내가 그 상황을 파악하고는, 상우의 교육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뜨거운 물은 땅에 쏟아버리고 개미를 살살 잡아서 흙과 같이 넣어두면서 개미잡이를 하라고 아이들에게 훈육하는데 온통 이마에 진땀이 났다.
상우가 이제는 형들이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따라 하고자 드니까 말이다. 게임이랑, 장난이랑, 축구랑,군것질이랑, 장난감 사는 것, 장난감 놀이, 욕...
암튼 성당 마당이라 여기 형들이랑 제 나이또래 되는 아이들이랑 대체로 건전한 놀이로 하루를 보냈다.
사제관 뒷 편 우리에 있는 키 큰 개 '토리'에게 짖궂은 장난을 친 것 말고는.. 아, 글쎄 물에 적신 스폰지를 우리 안에 던져 주지를 않나 시커먼 벽돌조각을 집개로 집어서는
입에다 물리지를 않나.. 그러면서 마냥 좋다고 애들은 깔깔 거린다. 상우도 제 세상 만난 것 처럼 마냥 즐거워하고...
애들 보는 것은 정말 힘들다. 고난도요 고차원의 노동이다.
# by | 2012/04/16 16:56 | 트랙백 | 덧글(0)



